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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제　목] 성동 외국인근로자센터

[작성자] 중앙일보

[작성일] 2002년11월20일

[화 일] 화일없음

성동 외국인근로자센터

[성동 외국인근로자센터] 한국의 정 전하는 "가나다 교실"

"자 따라해보세요.

가, 나, 다, 라….

" 매주 일요일이면 성동구 홍익동에 있는 성동 외국인근로자센터 4층의 한국어교실은 우리 말을
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열기가 가득찬다.

한국인 선생님의 발음을 어눌하게 따라하는 이들은 베트남.몽골.태국 등에서 온 근로자들이다.

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20여명.

선생님이나 요리사.회사원.학생 등 각자 직업을 갖고 있으나 외국인 근로자를 돕기 위해 강의를
자원한 봉사자들이다.

구민숙(44.여.대학강사)씨도 20여명의 외국인 제자를 두고 있는 자원봉사자다.

具씨는 "외롭고 힘든 처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봉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"며 "학생들
이 없는 돈을 모아 구입한 필기도구를 선물로 내놓을 때 눈물이 났다"고 말했다.

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.

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
기 위해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동구가 개설했다.

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만든 외국인근로자센터는 많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센터는
이곳이 유일하다.

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외국인 6백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.

1년 전 한국에 온 베트남인 밤 비에트(28.베트남)가 자주 찾는 곳은 2층에 있는 컴퓨터실과 지하
의 체력단련실이다.

컴퓨터실에는 17인치 액정모니터와 펜티엄 컴퓨터 등 웬만한 PC방 못지 않은 시설이 갖춰져 있
다.

밤 비에트는 점심시간 때면 이 곳을 찾아 고국의 친구들과 e-메일을 주고 받고 짬짬이 체력단련실
에서 달리기를 하며 공장 일의 스트레스를 푼다.

임금 체불이나 취직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직접 일터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상담사들은 밤
비에트의 든든한 후원자다.

밤 비에트는 "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어 동료들은 이 곳을 파라다이스라
고 부른다"며 좋아했다.

선터 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 중의 하나는 한국어교실.

1시간 동안 진행되는 한국어 강좌는 한글쓰기부터 기초회화까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반을 나눈
다.

이런 눈높이 교육으로 일요일이면 외국인 근로자 2백여명이 북적거린다.

한국어교실과 함께 열리는 컴퓨터교실에도 근로자들이 몰려 e-메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.

외국인 근로자들도 자신들을 위해 애쓰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두달에 한번씩 보은 잔치를 벌이
고 있다.

각자 자기 나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나눠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.

최근에는 미얀마 근로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돌리고 전통행사를 펼쳐보이기도 했다.

이 센터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김혜원(33.여)씨는 "힘든 일에 종사하며 타국생활이
힘들텐데도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"며 "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졌던 근로자들도 이
곳에 오면 오해를 푼다"고 말했다.

손해용 기자 hysohn@joongang.co.kr