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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제　목] Re:칭기즈칸의 저주인가?

[작성자] 조선일보

[작성일] 2002년8월23일

[화 일] 화일없음

Re:칭기즈칸의 저주인가?

칭기즈칸 무덤찾기에 나선 미국과 몽골의 합동 발굴단이 최근 칭기즈칸 무덤 축조에 참여한 뒤 죽
임을 당한 이들을 묻은 것으로 보이는 순장 유적을 발굴한 것으로 밝혀졌다.

그러나 몽골의 전 총리가 “칭기즈칸이 잠든 신성한 땅을 단 몇 달러에 더럽혀서는 안된다”는 편지
를 몽골의 전 신문과 몽골 대통령에게 보내면서 발굴 작업은 중단됐다.
이 편지의 여파로 미국인 발굴단장은 14일 미국으로 되돌아갔고, 16일 발표할 예정이던 발굴 중
간 보고도 취소됐다.
발굴장에서는 언덕길을 오르던 차가 뒤집혔고, 수천마리의 뱀이 출현했다.
전염병도 돌았다.
때문에 일부 몽골인들은 ‘칭기즈칸의 저주’를 떠올리고 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와 시애틀 타임스
등 미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.
미국 시카고대학 존 우즈(John Woods) 교수가 이끄는 미국·몽골 합동 발굴단은 올 여름 동안 몽
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320km 떨어진 우글룩칭골 헤렘(Oglogchiin Kherem·지도참조)
의 한 언덕에서 발굴작업을 계속했다.
발굴단은 지난 해 “이 언덕에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”고 발표한 바 있다.
우글룩칭골 헤렘은 칭기즈칸의 활동 무대로 알려져 있으며, 문제의 언덕은 높이 3ｍ 되는 돌로 된
성채가 3km 이상 성곽처럼 둘러싸고 있다.
발굴단은 이곳에서 잘 다듬은 돌을 깔아놓은 시설과 인골, 말 등 동물의 뼈 등을 대량 발굴했다.
발굴단은 이 곳을 칭기즈칸 무덤 축조에 참여했던 이들의 순장 유적으로 추정했다.
전설에 따르면, 무덤 축조에 참여한 2000여명의 노예와 800여명의 군인들은 묘의 도굴을 막기 위
해 모두 타살됐다.
발굴단은 120만달러의 발굴 자금을 댄 사업가 크라비츠(M Kravitz)와 위성전화를 사용해 암호로
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.
코코넛은 ‘아무것도 찾지 못했음’을, 바나나는 ‘매우 매우 중요한 것’을, 과일 등을 섞어 만든 달콤
한 먹거리인 투티 프루티(tutti frutti)는 ‘칭기즈칸 무덤’을 의미했다.
크라비츠는 지난 13일, 시카고 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“우리는 수백개의 바나나를 찾았다”고 밝
혔다.
하지만 몽골의 전 총리였던 다쉬인 비암바수렌(Dashiin Byambasuren)이 몽골 대통령 나츠사기인
바가반디(Natsagiin Bagabandi)와 몽골의 전 신문사에 칭기즈칸 묘 발굴을 비난하는 편지를 최근
보내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발굴은 갑자기 중단됐다.
다쉬인 비암바수렌은 이 편지에서 발굴단이 ▲신성한 땅에서 차를 모는 등 성지를 더럽혔으며 ▲
상업적 이해 관계에 연관돼 있다고 비난했다.
발굴을 허가했던 몽골 정부는 이 편지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.
이 지역은 폭풍이나 흙사태 때문에 여름철 외에는 발굴을 할 수 없는 곳이다.
우즈 교수는 “내년에 발굴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발굴단의 운명을 점칠 수 없
다”고 아쉬워했다.
/신형준기자 hjshin@chosun.com